오랜만이다.
학기 중에도 회고록을 쓰려 했으나 도통 시간이 나질 않아 이제서야 느즈막히 올려본다.
이번 학기에는 교양 한 과목에 전공 5과목을 들었다.
각각의 이름은 종교와 영화, 논리 설계, 자료 구조, 대수학 1, 위상 수학 1, 복소 해석학 1이다.
논리 설계를 제외한 전공 과목들은 모두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들이라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었다.
때문에 정말 바쁜 삶을 살았었던 것 같다.
교양부터 되돌아 보자면,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했던 교양 수업이었다. 물론, 만족을 했다는 것이 나 자신에게 만족했다는 뜻은 아니다. 수업이 만족스러웠다는 뜻이다.
박종천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수업이었는데, 교양을 많이 들은 편은 아니긴 했지만 정말 명강이라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었다.
종교와 영화를 다루는 강의다보니, 종교에 대한 내용들, 그리고 영화 분석기법들, 그리고 종교적 영화 뿐 아니라 일반적인 영화에서도 종교적 의미들을 찾는 그런 내용들을 다루었었다.
특히, 나는 굉장히 어렸을 때 부터 교회에 다녀왔던, 소위 말하는 "모태 신앙인"이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 다른 종교들이 어떠한 성격들을 가지는 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기독교, 특히 개신교의 경우, 일반인들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포용하는 성격을 지닌 종교라기 보다 예수를 믿지 않으면 오로지 죽음 뿐이라는 "배타적인" 성격을 지닌 종교로 받아들여질 때가 많다.
특히나, 나도 의문을 가지기도 했고, 대부분의 모태 신앙인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인 것 같은데, 구약에서의 "하나님"이라고 불리는 존재는 신적인 면모를 많이 강조하고, 사람들을 죽이고,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면, 신약에서의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는 인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준다.
이렇듯 성경 속에서도 배치되는 모습 때문에 생기는 의문들과 기존 교회의 여러 안 좋은 모습들, 그리고 성인이 되서부터 교회를 다니는 부모로 부터의 독립, 이러한 여러가지 원인들이 합쳐져서 많은 "모태 신앙인"들이 교회를 떠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서 최근 나의 경우는, 교회를 떠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보단, 성경 속에서 배치되는 이러한 "하나님"에 대한 모습이 왜 그런지 궁금했었다.
그리고 다른 종교들이 "죄"에 대해서 어떠한 입장을 지니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순전히, 불교는 윤회사상, 힌두교는 다신교... 이런것처럼 깊이 생각을 안해도 표면적으로 알 수 있는 것들 뿐이었다.
때문에 이 강의에 관심을 기울이게 됬고 신청한 것이었다.
이 강의를 들으면서 좋았던 것은,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 뭔가를 설명해주시는데 길게, 예시를 들어가며, 정말 이야기 하듯 쉽게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강의를 듣는 시간 동안 나의 종교적 관점에 대한 사고들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뭔가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접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 좋았다.
모든 종교가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주제, 즉, "사랑"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 좋은 삶인가에 대한 사유를 오랫동안 할 수 있어서 좋은 수업이었다.
수업 면에서는 흠 잡을 곳이 전혀 없었던 수업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중간고사 이후의 수업에 대한 나의 태도.
중간 고사 이후로는 공휴일도 있었기 때문에 자주 빠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수업에 참석하더라도 백준만 푸는 등, 수업을 들으며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을 가지지 못했었다.
이 강의에서 좋은 학점을 받긴 했지만 이후의 나의 태도가 조금 아쉽긴 하다.
논리 설계는 그냥 총체적으로 아쉬운 과목이다.
이 수업때는 자거나 백준만 해서 그런지 아얘 얻어가는게 없는 과목이었다.
2인 1조로 하는 팀플이 있었지만 이 또한 조원의 도움을 받아 거의 버스를 탄 수준이라... 정말 머릿 속이 텅텅 비워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대학교 들어와서, 항상 학벌에 안주하지 말고 나 자신의 역량을 길러보자고 다짐했건만, 이렇게 무너지다니..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자료 구조 수업은 평소 파이썬으로 백준 문제들을 해결해서 그런지 수업을 별로 듣지 않아도 학점이 잘 나왔던 수업이었다.
게다가 C언어로 하는 것이 아니라 파이썬으로 자료 구조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너무 쉬웠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기말고사 범위가 최단 거리 알고리즘과 최대 유량 등 그래프 이론 관련 알고리즘들을 다뤘었는데, 이 부분들을 "완벽"하게 숙지 하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쉬웠다.
나머지 3개 과목들은 대수, 위상, 복소.
이 수학과 과목들은 내게 큰 힘듦을 가져다 준 과목들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복소는 굉장히 힘들었고, 어려웠었다. 어려웠기 때문에 평소에 수업 듣는 것을 소홀히 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었다.
대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아낌없이 얻어가자는 주의인 나는, 이러한 점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그렇다고 방학때 따로 복소해석학을 공부할 생각은 추호도 없긴 하다.
단지, 학기 중에 열심히 못한 것이 많이 아쉬울 뿐.
위상 또한 마찬가지다.
이해가 잘 안되는 과목으로 치자면 복소랑 쌍두 마차를 달리는 과목이다.
그래도 중간때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결과는 그렇지 않았고, 기말은 대차게 말아먹었다...
위상을 재수강 할수도 있다..
어쨌든 위상과 복소는 너무나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대수는 내가 지금까지 했던 수학과 과목들 중 가장 재미있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수학을 모르고 살았다니! 수학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처음 느끼게 해준 과목이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재밌다고만 했지, 그에 걸맞게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성적이 여러모로 아쉬울 뿐이다. 어쨌든, 나는 최선을 다했고, 다음 학기때 대수학2강의가 열린다면 들을 생각이 있다. 방학때 대수 스터디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볼 생각이다.
위에서 강의를 제대로 듣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러면 그 시간에는 뭐를 했냐?
나는 백준 문제를 풀었다.
특히 이번 학기 때부터 MatKor 동아리를 시작해서, 더더욱 집중하게 된 감이 있다.
나에게 있어 PS는 일종의 삶으로 자리잡은 듯 하다.
수업을 듣지 않고 PS를 하는 것은 학점 면에 있어서 명백하게 좋지 않은 것인데, 나는 나 자신을 "공부"하는 것이라며 합리화를 하고 계속 PS를 한 듯 하다.
결국 아쉬운 학점의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동아리 활동 자체는 매우 즐거웠었다.
MatKor에서 다 같이 문제도 해결하고, 세미나도 듣는 그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나도 즐거웠었다.
보통 동아리 활동이 끝나면 10시나 11시가 되는데, 그때 집을 가면 12시나 1시쯤 도착한다.
그러면 다음날 아침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적게 잘수 밖에 없다.
그래서 논리 설계 수업을 계속 자거나 딴짓을 한 것이다...(핑계라고 들릴 순 있겠지만...)
동아리 세미나에서, 내가 휴학했었을때 혼자서 알아갔던 스프라그-그런디 정리도 엄밀하게 배워었다. 정말 어려웠지만, 덕분에 이해도가 많이 높아졌고, 관련 문제들을 몇십개 풀어서 거의 대부분의 플레티넘 스프라그-그런디 정리 문제들을 해결한 상황이다.
조만간 이 정리에 대한 글도 작성할 예정.
어쨌든 나에게 있어 레이팅을 쉽게 올려주고 PS의 재미를 더욱 돋궈준 감초같은 고마운 친구다.
나에게 있어서 이번 학기가 사실상의 첫번째 대면 학기다.
이전에 1, 2학년때는 코로나 학번이어서 학교를 나가지 않았고, 작년은 휴학했으니 올해가 처음인 것이다.
때문에 지하철로 등교하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고 힘들었었다.
아침에 주로 6시 반에 기상해서 씻고 준비해서 7시 반에는 나가야 9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아침의 서울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못한다.
나는 보통 이 시간에 노래를 들으면서 갔다.
나는 나만의 재생 목록이 있어서 그걸 반복해서 듣는데, 주로 가사가 있는 EDM을 듣는다.
특히 복합적인 감정을 지닌 노래들을 좋아하는데, 슬픈 가사를 지니고, 슬픈 멜로디를 지니지만 드랍부분은 정말 신나는 노래들이 있다.
이런 노래들이 나의 취향들.
노래를 들으며 전철을 타고 이런저런 상념들에 빠지며 가는 것이 나의 주된 일과 중 하나였다.
지금은 휴학을 했으니 집에서 누우면서 이러한 생각들에 빠지겠지...
어찌되었건, 벌써 한 학기가 훌쩍 지나갔다.
위에서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수학과에서 진행하는 학부 연구 프로그램에 선정되서 방학 때 지도교수님이 보내주신 논문을 읽어봐야된다.
꽤나 어려운 내용이어서, 열심히 읽어보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인공지능쪽에 관심이 있어서 한 것인데, 좀 어렵다...
하지만 끝까지 믿고 해봐야겠다.
매주 월요일마다 하는 대수학 스터디와 딥러닝 스터디도, 모두 잘 해내리라 믿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잘 활용하고 쌓아올려보자. 정진해보자.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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