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매일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꽤 안쓰다가 지금 다시 작성합니다.
갑자기 존댓말로 작성하는 이유도, 문득 누군가가 저의 일기를 본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워져서입니다.
어쨌든, 최근 일기를 작성하지 않은 이유는 저의 생활 패턴이 많이 뒤바뀌어 있고 단조롭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년도 초에 이사를 했습니다. 1월 초에 이사를 했단 말이죠.
이사 초기 일주일 동안은 집안 청소를 하고 가구들을 정리하느라 바빴습니다.
물론 그때도 저의 생활 패턴은 밤낮이 바뀐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밤늦게 자고 일어나자마자 바로 집을 치우고 밥을 먹고 하니, 어느새 6시이고 7시이고 하는 시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생활 패턴을 바꿔보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막상 일찍 자려고 잠자리에 누우면 오늘 하루가 너무나도 짧게 느껴져,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 하루가 너무 아쉽고, 오늘 하루 동안 내가 해보고자 했던 일들, 머릿 속으로 잔뜩 생각했던 일들이 많이 있는데, 그것들을 제쳐두고 자려니 너무나도 아까웠습니다.
때문에 계속 밤늦게 컴퓨터를 하다가, 백준 문제를 보다가, 보다 만 애니를 보다가, 유튜브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웹툰을 보고, 인스타를 하다가, 그렇게 잠이 듭니다.
이 루틴으로 지내면 보통 잠에 드는 시각은 아침 6시에서 7시 사이입니다. 저는 명예 뉴욕시민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때론 이 루틴으로 지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잠자리에 일찍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하루 이틀이면 그 시간대에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라,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 일쑤입니다.
이사를 했던 1월 초에도, 다 정리가 되었던 1월 말에도, 2월 초에도, 그리고 이 글을 적고 있는 2월 말까지도 저는 이런 루틴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집에 잘 나가지 않는 저의 성격도 있습니다.
이사를 와서 지리를 잘 모르는 것도 있지만, 저는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밖에 잘 나가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할 때는 나가지만, 저의 의지로는 잘 나가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걱정이 되는 루틴입니다.
저는 그리고 저의 가정은 교회를 다니는 기독교 신자입니다.
이전에는 교회에 가서 매일 10분씩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이사온 뒤로 기존 교회와 멀어져 그 시간에 가족들과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자고 했습니다.
교회가서 예배를 드리는 날은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입니다. 이때는 교회를 가서 예배를 드리고, 그 외의 평일 날에는 가족과 함께 가정예배를 20분에서 30분정도 드립니다.
가정 예배는 시간 대가 다르긴 하지만, 주로 밤에 드립니다. 하루를 마무리 하는 느낌인거죠.
때문에 저는 밖에 잘 나가지도 않고, 집에서 있으면 늦게 잤기 때문에 늦게 일어나 밥을 먹고, 백준 문제를 한 문제 풀고, 예배를 드린 후 저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방학 중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전혀 변한 적이 없었습니다. 꽤나 단조롭습니다.
때문에 뭔가를 회고하려고 글을 작성하려고 해도, 같은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아, 글쓰기가 약간 머뭇거려진 것도 있습니다.
최근에 유의미하게 기억에 남았던 건, 작년에 진리 장학금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그 돈이 계좌에 들어와 일부는 가정 경제에 보태고, 일부는 헌금도 하고, 일부는 제가 사고 싶었던 보드게임도 사고, 남은 돈으로 가족들과 함께 회전 초밥집도 간 일입니다.
대략 80만원정도 들어왔었는데 3일이 지나고 보니 계좌엔 만 원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돈이라는 것은 참으로 허무한 것입니다.
저는 고급진 음식을 먹고,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사고, 그런 것도 좋지만, 제가 맛있게 먹고 싶은 치킨을 종종 시키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돈은 얼마를 가지고 있던 상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곧 있으면 4학년이 되어서 어떤 직장에 취업하고, 어떤 일을 하며 살 지를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데, 하고 싶은 일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이번 방학 때 생각해보고자 했지만, 개강을 얼마 앞둔 이 시점까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 단조로운 굴레 안에서 먹고 자고 백준풀고 예배드리고, 그러한 저의 삶들이 저를 스스로 안정되게 끔해서,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봅니다.
사실 생각하려고 계속 몇시간이고 몇시간이고 애를 써 봐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는 그럴 때 마다 '그냥 하던 일이나 계속 하자'하고 넘겨버립니다.
때로는 멀리도 보고 가까이도 봐야하는데, 이런 삶이 반복된다면 근시안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까 두렵습니다.
문득 최근 재미있게 봤던 애니가 생각납니다. 애니의 이름은 SHIROBAKO.
애니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애니입니다. 저와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애니임에도 불구하고, 저의 이런 막막한 점들에 공감이 되어 인상에 깊게 남았었습니다.
그걸 보면서도, 사람 사는 것은 참으로 다 똑같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한 구석에선 불안감이 다가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누구나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가나 봅니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시점에서도.. 마음 한 켠에서는 뭐 할지 걱정이 되며, 한 편으로는 내 할 일이나 집중하자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고, 놀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며... 다양한 모순된 감정들이 저를 이루고 있습니다.
글을 의식의 흐름대로 썼더니 이만큼이나 길게 적었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마무리가 좀 아쉽긴 한데..
'회고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04/29~07/01] 4학년 1학기를 마치며 (0) | 2024.07.01 |
---|---|
[24/02/28~04/28] 일기 (0) | 2024.04.28 |
[24/02/09~11] 일기 (0) | 2024.02.12 |
[24/02/08] 일기 (0) | 2024.02.09 |
[24/02/06] 일기 (2) | 2024.02.08 |